곰탕 같은 친구.

나에겐 “곰탕” 같은 친구가 있다.

70년 전통의 곰탕집, 하동관 그곳의 곰탕은 단촐 하지만 깊고 진했다.

추운 겨울날 따뜻한 곰탕 국물은 우리 뿐만 아니라 어린 아이들 점심식사로도 피자나 스파게티 보다는 훨씬 나았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유명한 곰탕집맛이 이렇구나.. 방짜유기에 담긴 뜨끈한 맑은 곰탕, 그위에 송송송 파를 넣고, 깍뚝이와 함께 한술 뜨니.. 왠지 몸이 건강해 질것 같다.

올해 여섯살, 네살되는 재승이, 시현이도 한숱가락 먹여보니, 표정이 “호, 요거 괜찮은데” 하는 눈치다. 원래 밥을 잘 먹는 아이들이지만, 뜨거운 곰탕을 호호 불며 아주 맛나게 싹싹 먹는다.

사람을 보면 낮을 가리는 아이들이라 초면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직 친구를 조금 경계하는 아이들. 내가 딸아이에게 뜨거운 곰탕을 떠먹이느라 정신 없는 사이에 혼자서 서툴게 떠먹던 재승이는
어느새 친구의 장난에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잘먹고, 잘 놀고 있다.

일주일전 와이프가 압구정동 현대백화점에서 친구들 만나러 간다길래 별 고민 없이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이번주 토요일 바쁘냐? 나 이번주 토요일날 압구정간다. 재승엄마 친구만나러 가서 4-5시간 아이들 봐야 해서..” 이말을 짧게 요약하면 “나, 너희 집에 이번주 토요일날 놀러 갈께”가 된다.

친구의 집은 압구정동이다. 그래서 와이프가 가끔 친구들을 압구정동에서 만나게 되면, 친구의 집에 들러 함께 놀곤 했다.

“어, 채현이는 미국 형네집에서 이번달 말에 와, 그날 장모님하고 둘만 있는데.. 괜찮겠어?” “아, 그래, ㅋㅋ 그럼 그냥 밖에서 보자.” “오케이”

곰탕을 먹고 나오는 길, 재승이가 친구와 손을 잡고 나온다. ㅋㅋ 땡큐다. 이제 난 시현이만 챙기면 되겠구나.. 역시, 아이들에겐 친구의 엉뚱하고 특이한 유머가 잘 먹힌다.

“애들아 딸기모찌도 우리 먹자!” 친구의 말에

바로앞 모찌가게에서 딸기모찌를 6개 포장해서 친구가 재승이에게 이야기한 스타벅스에 숨겨진 다섯가지 비밀무기를 찾으러 서울시청뒤 스타벅스로 자리를 옮겼다.

곰탕처럼 편안하고, 따끈하며, 깊은맛을 가진 든든한 친구. 친구야 널 보면 그냥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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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원

Heaven 4

사람들은 저를 오십원이라 부릅니다.

오백원, 오만원이 아닌 작고 정감있는 오십원입니다.

근데, 왜 하필 오십원이냐구요? 오백원은 돈이 너무 많이 들거든요.

저는 오십원을 사람들에게 나눠주며 그들과의 첫인연을 시작 합니다.

저는 사람관계는 기브앤테이크라고 생각해요. 제가 먼저 투자하면 언제가 더 크게 돌아 온다고 믿는거죠.

그래서 과감히 적극적으로 오십원을 한분 한분 나눠드려요. 더 크게 돌아오기를 기대하며 씨앗을 심는 거죠. 무럭무럭 자라 나무가 되어 열매가 열리기를 바라면서

내나이 서른일곱 하지만 저는 모든 분들을 형, 누나, 사장님이라고 부릅니다.

저는 그들의 친구이자 동생이고 중계자이며 스트레스 해결사입니다.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술 한잔 하고 싶을 때면 주저 없이 오십원을 기억해 주세요.

저만의 노하우로 최선을 다해 여러분의 스트레스를 단방에 날려드리겠습니다.

저는 인사를 잘합니다. 기분도 잘 맞춥니다. 가끔 한방씩 쏘기도 하구요.

그래서 저 꽤 인기도 많습니다. 단골 손님도 많지요.

저는 돌아오는 3월이면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릴 예정입니다.

그동안 열심히 50원을 나눠드리며 하루하루 일해서 모은 돈으로 남들 처럼 아담한 가정 만들고 멋진남편, 아빠도 될 겁니다.

저는 제 직업을 사랑합니다. 스트레스 해소 전문가, 물론 사람들은 나이트클럽 웨이터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전 노력한 만큼 버는 이 일이 참 좋아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스카이를 나와도 저 만큼 잘 하기 힘들 겁니다.

전 저의 일을 즐기며 또 좋아합니다. 그리고 저의 고객들을 아주 사랑합니다.

몇일전 눈이 참 많이 왔더군요. 제가 일하는 직장은 창문이 없어요. 그래서 눈이 많이 오는지도 잘 모르죠.

그날도 열심히 손님들 모시다 보니 어느새 이렇게 눈이 왔는지도 모르고 일했네요. 이제 퇴근해야 겠어요.

전 새벽 늦게 퇴근합니다. 사람들이 모두 곤히 잘 시간에 전 보람찬 하루 일을 마치고 퇴근을 하는 거죠.

여느때 처럼 택시를 타고 나의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집으로 달려 갑니다. 하얗게 눈이 쌓인 세상이 참 아름답네요.

눈도 많이 오고 날씨가 추워 길이 참 미끄럽다며 기사님이 투덜 대십니다. 기사님, 저 곧 결혼해요. 우리 함께 스마일.

결혼식 생각만 하면 괜히 설레고 흐믓합니다. 오랜 동거생활 끝내고 몇 일 뒤면 그토록 바라던 정식 부부가 됩니다.

축의금으로 오십원 넣으시면 안됩니다. 오만원정도는 넣어주세요.

…. 어쩌죠 … 택시가 눈길에 미끄러졌나 봅니다. 갑자기 눈을 뜰 수가 없네요.

계사년에는 비행기 타고 햇살 좋은 곳 창문 있는 방에서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이야기 하려 했는데

오십원을 찾아주시는 형, 누나, 사장님들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이야기도 해야 하는데

나 참, 하느님이 요즘 스트레스가 많으신가 봅니다. 갑자기 절 부르시네요.

여러분 아쉽지만 하느님께 오십원 드리러 가야겠습니다. 하느님도 스트레스 풀어 드려야죠.

제가 드린 오십원 잘 가지고 계셨다가 나중에 다시 만나면 오만원으로 꼭 돌려 주세요.

앞으로 스트레스 쌓이시면 오십원 생각하세요. 오늘이 얼마나 소중한지, 지금 왜 더 행복해야 하는지 아시겠죠.

형, 누나, 사장님 그동안 감사했구요. 오십원 동전 볼 때마다 한번씩 웃어 주세요.

그리고 많이 슬퍼할 당신, 여보라고 오래 오래 불러 주고 싶었어… 사랑해. 그리고 미안해.

< 계사년 새해를 몇 일 앞두고 새벽녘 퇴근길에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故신관홍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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