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神

    프로 Professional

다이빙캐치를 하면 잘하는 줄 아는데, 다이빙캐치하기 전에 수비위치 잡으면 되는 거잖아. 그 위치를 잡고. 나는 다이빙 캐치하는 것을 잘한다고 하는 그 발상이 틀렸다고 봐. 프로라고 하면 저 볼은 여기 온다. 그래서 여기 서 있어야지, 하고 판단하는 것. 그게 프로지. 프로는 어려운 일을 쉽게 해야 하는 거야. 그런데 지금은 쉬운 걸 어렵게 한다니까. 쉬운 걸.

나는 프로라면 실수를 수치스러워해야 한다고 봐. 생각 없이 야구하려면 2군에 있어야지 왜 1군에 있냐고. 그게 8백만, 9백만 관중 시대라는 것에 도취되어 있구나. 그런 건 아니잖아. 관중이 한명이라도 프로는 프로다운 야구해야지. 프로라고 하는 것은 최고의 기술을 보이는 게 프로인데, 그래서 돈 받는데, 안 그래? 아마추어하고는 다른 거야. 아마추어는 에러를 하면 애교라고. 하지만 프로는 에러를 하면 실력이야. 운동장이 나쁘면 나쁜데서 그걸 처리하는 방법을 찾아야지. 운동장 나쁘니까 에러한다는 건, 그건 타협이야. 아마추어나 하는 생각이야.

지난 18일 경기도 고양시의 야구장에서 만난 김 감독은 “나는 꼴찌팀, 약팀의 감독이었다. 기업인들이 생각하기에는 부도 위기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사장과 비슷한 처지였다고 볼 수도 있다”면서 “사람들이 최악의 조건에서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는지 궁금해하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는 2시간 가까운 인터뷰 내내 ‘리더’와 ‘조직’에 대해 말했다. 40년이 넘는 감독 생활로 쌓인 그의 이야기는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 1909~2005)의 말과 닮아 있었다. 그는 고교 야구팀에 빗대서 소설 형식으로 드러커 경영학의 핵심을 풀어 쓴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이라는 책을 흥미롭게 봤다고 했다.

▲ 김성근 감독은 지난 18일 인터뷰에서“나는 리더가‘답’을 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일본에서 태어나 1964년 영구 귀국한 그에게는 재일동포의 말투가 남아 있었다. 감독실에는 그가 매서운 눈빛을 하고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는 대형 사진이 걸려 있었다.

◇약팀 전문 감독의 비(非)상식

야신(野神·야구의 신)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지만, 그의 감독 생활은 고단했다. 1984년 프로야구 감독이 됐지만, 23년 만인 2007년에야 SK 와이번스에서 처음으로 우승했다. 그는 “나는 약팀을 돌아다녔다. 그래서 리더로서 강해졌다”고 했다.

그는 1996년 쌍방울 레이더스 감독 시절을 자주 얘기했다. 전년도 꼴찌팀이었지만, 그가 지휘봉을 잡은 그해에 정규리그 2위로 올라섰다. 쌍방울 레이더스에서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벌떼 야구’를 선보였다. 2007년·2008년·2010년 3번의 우승컵을 들어 올린 SK 와이번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베스트 멤버를 정하지 않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선수를 내보냈다. 투수 교체도 잦을 수밖에 없다. 벌떼 야구를 정상적인 야구가 아니라고 비웃는 것은 야구를 모독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남들은 지갑에 10만원 갖고 있는데 나는 1000원밖에 없다고, 그래서 못 이긴다고 하면 리더가 아니다. 새로운 발상, 아이디어를 만들어서 돌파해야 한다. 강훈련이 상식을 벗어난 비상식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사람들이 말하는 상식은 고정관념에 불과하다. 지갑에 1000원밖에 없다면 비상식적인 방법이라도 써보는 것이 상식 아닌가.”

◇재능보다 중요한 것은 진지함이다

그는 “나는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된 팀을 맡아본 적이 별로 없다. 방법은 훈련밖에 없었다. 진심으로 훈련을 따라오는 선수들이 있다면 훈련으로 강해질 수 있다“고 했다. 그의 말은 “처음부터 몸에 배어 있어야 할 자질이 딱 하나 있다. 그것은 재능이 아니라 진지함이다”라고 한 드러커 어록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그는 진지하게 훈련을 따라오는 선수들은 ‘순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는 이 부분에서 “중소기업 오너들은 ‘인재가 오지 않는다. 대졸 직원 구하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직원들의 능력을 탓하지 말고, 직원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라. 그들을 믿고, 그들이 리더를 믿도록 만들면 강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선수들을 소중하게 생각했다. 직원들을 길가의 돌멩이 보듯이 하는 CEO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고 했다(지난 3월에 나온 그의 네 번째 책 제목은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이다).

지난 13일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그의 강의를 들었던 한 중소기업 대표는 “내가 직원들을 믿어주지 않으면, 직원들이 나를 믿어줄 리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됐다”면서 “김 감독의 강의를 한 번 더 듣고 싶다”고 했다.

◇기회는 예측할 수 없다. 늘 준비하라

그의 좌우명은 ‘일구이무(一球二無·이번 공 외에 다음 공은 없다는 각오를 가져라)’다. “집중을 강조하는 것으로 생각들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뜻은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만 잡을 수 있다. 야구는 9회까지 세 번의 찬스가 온다. 기회를 잡는 팀이 승리하고, 놓치는 팀은 패한다.” 드러커 교수는 저서 ‘매니지먼트’에서 “언제 기회가 찾아올지 예측할 수 없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기회는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고 했다.

그는 “삼성전자 강의를 갔더니 화장실에 ‘성공한 사람은 좋은 습관을 갖고 있다’는 말이 붙어 있더라. 습관을 바꾸겠다고 덤비는 것은 엉터리다. 먼저, 생각을 바꾸고, 다음에 행동을 바꿔야 습관이 바뀐다. 생각을 바꾸는 것이 제일 먼저다. 이건 야구나 기업이나 마찬가지다”고 했다.

– 김성근(金星根) 감독 경력

마산상업고등학교 야구부 감독 (1969년)
중소기업은행 실업 야구단 감독 (1971년 ~ 1975년)
충암고등학교 야구부 감독 (1976년 ~ 1979년)
신일고등학교 야구부 감독 (1979년 ~ 1981년)
OB 베어스 감독 (1984년 ~ 1988년)
태평양 돌핀스 감독 (1989년 ~ 1990년)
삼성 라이온즈 감독 (1991년 ~ 1992년)
해태 타이거즈 2군 감독 (1995년)
쌍방울 레이더스 감독 (1996년 ~ 1999년)
삼성 라이온즈 2군 감독 (2000년)
LG 트윈스 2군 감독·감독 대행 (2001년)
LG 트윈스 감독 (2002년)
SK 와이번스 감독 (2007년 ~ 2011년)
고양 원더스 감독 (2011년 ~ 현재)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4/23/2013042302307.html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20621155014&Section=&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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