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라티

DIGERATI 상표출원 된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10년에 한번씩 하는 상표 존속기간갱신등록신청을 하고보니.. 참으로 격세지감이 든다.

이찬용, 이창진, 김선영, 우승완, 오태영.. 당시의 전우들.. 모두 건강하시고, 항상 행복하시길..!

<하우 인터넷 2001. 3월호 "21세기형 똑똑한 벤처 모델" >

디제라티를 아시나요?

그를 만난 건 우연이었지만 기자 입장에서 보면 쉽지 않은 행운이었다. 순전히 이벤트 거리하나 물어보겠다는 조금은 불순한(?)생각을 갖고 그가 대표로 있는 사무실을 찾았다. 조그만 법률사무실을 연상시킬 만큼 복잡하고 어수선한 분위기로 인해 기대가 실망감으로 바뀔 무렵 중소 업체들의 홈페이지 구축과 비즈니스 컨설팅을 주로 맡는 웹 에이전시인 아이컴프로 커뮤니케이션의 이제희 대표와 마주할 수 있었다.

하얀 피부에 단정한 차림새를 한 20대 후반의 사장은 치열한 생존법칙이 적용되는 냉엄한 비즈니스 세계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 기자의 선입견이라는 사실은 그와 이런저런 얘기 끝에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이 대표는 디제라티라는 조금은 낯선 단어를 통해 자신이 구상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디제라티(Digerati)란 자신의 독특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디지털 시대를 개척해 가는 신지식인을 뜻하는 말로서 이미 해외에서는 대중화된 개념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그 유명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모습에서 우리는 전형적인 디제라티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그가 설립한 디제라티 클럽은 바로 이런 디제라티들이 함께 모여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작업에 지식을 임대하는 온라인 상의 ‘지식장터’와 같은 공간이다. 언뜻 ISP사업이 떠오르지만 단순 정보 제공에만 그치던 기존 사이트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 같은 모델은 어느날 갑자기 이 대표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 아니라 그 스스로 오랜 시간 디제라티로 활동하는 동안 세상과 부딪히며 얻은 생생한 경험에서 파생된 것이다.

군복무를 마친 그는 아르바이트 삼아 인터넷을 통해 리포트 대행 서비스를 하면서 본격적인 인터넷 서비스 사업에 첫발을 내딛게 된다. 자신의 레포트 중에 상품성이 있는 것만 가공해 인터넷에 1~2장 정도의 샘플을 올려놓은 것이다. 그런데 전혀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났다. 인터넷에 올린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울산에서 대학을 다니는 학생이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자신의 레포트를 사겠다는 제안에 반신반의 하면 첫 계약을 맺었다. 그 후에도 끊이지 않고 전화 문의가 이어져 얼마동안은 용돈을 짭짤하게 벌 수 있었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 것은 한 인터넷 서비스 업체에서 A/S업무를 맡게 되면서부터 였다. 이 대표는 고객들을 직접 찾아 다니며 국내의 열악한 지식 정보 환경을 직접 체험했고, 이를 바탕으로 지식정보 제공사이트 디제라티 클럽의 성공 포인트도 차곡차곡 적립해 갈 수 있었다. 그가 디제라티 클럽을 만들기로 결심을 굳히게 된 결정적인 동기는 국내에서 프리랜서로 자신의 전문성을 제대로 인정 받으면서 활동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를 직접 체험하면서부터 였다. 웹 에이전시 프로젝트를 맡아 수 십여 일을 직원들과 함께 밤샘 작업하면서 사이트를 구축해 놓아도 트집을 잡아 비용을 한푼도 지불하지 않는 악덕 고객들을 만나면서 그는 약자로서의 서러움에 울분을 참아야 했다. 계약 비용이 200만원인데, 소송을 준비할 경우 그 몇 배의 비용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그저 참는 것 말고는 달리 도리가 없었다.

업체 사이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하는데, 개인 프리랜서라면 어떤 비참한 일을 당하게 될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디제라티 클럽을 꼭 성공시켜야 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그는 디제라티 클럽을 통해 전문가를 찾는 기업과 일감을 원하는 디제라티를 연결하는 역할을 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자신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힘들이지 않고 받아보는 것과 직접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찾아보는 차이를 분명히 안다’고 말한다. 설사 어느 정도 값을 치르더라도 자신에게 꼭 필요한 정보라면 아깝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사이트 유료화에 대한 확신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지금까지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이나 정보에 대해 관심을 부였지만 정작 중요한 지식정보에 대해서는 소훌하게 다룬 면이 없지 않았다. 웹 상에서 지식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들이 별로 재미를 못 보고 개설된 지 불과 몇 달 만에 간판을 내리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도 결국 정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디제라티 클럽은 지식정보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색다른 비지니스 모델로서 콘텐츠 유료화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요즘 관심있게 지켜볼 만한 곳이다. 디제라티 클럽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 디제라티들이 생겨나고 활발한 활동을 할 때 우리나라의 지식정보의 수준도 한 층 성숙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재일자 2001. 3 하우인터넷
게재면 Inside Edition3(63p)
윤신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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